• 원장
  • 18-03-14 10:12
  • 11,047

상상과 현실 사이

유아기 아이들의 상상력은 매일매일 소설을  쓰고도 남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하늘을 날고 우주로 솟았다가 바닷속을 탐험합니다.

순간 순간 지금의 네가 누구 인지 물어봐야 할정도로 공주님이였다가, 엄마였다가, 멍멍이였다가, ㅋㅋ.. 나로 돌아 옵니다.

피아제나 비고츠키는 이 상상놀이(이론에는 가작화놀이 또는 가상놀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씁니다.ㅎ)가 인지발달에 매우 중요한 증거이고 인지발달이 왕성할 수록 가작화 놀이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엄마나 선생님(어른들)이 이 놀이를 격려하고 함께 할 수록 더 많은 인지발달을 도울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우리 선생님의 연기는 끝내준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ㅎㅎ..

 

그런데 자라서 아동기의 구체적 조작기가 되면 이런 놀이는 시들해 집니다.

무궁화반은 점차로  가상과 현실을 들락 날락 하며 형님테를 내곤 합니다.

마냥 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기도 합니다.

그런 대화를 듣고 있자면 안웃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가상의 세계에서 누군가는 현실의 세계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ㅎㅎ..

물론 가끔은 중재자가 나타나 더 상위의 인지능력을 보여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ㅎㅎ..

 

******

(식사시간 목련반 틈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똘똘이 정양 : 껌이다.. 맛있다. 

맞장구 백양 : 맞아.. .. 껌이야.. 껌.. 껌맛있지?

(눈씻고 봐도 껌이 없는 식판을 본 원장... 애들이 뭘 먹고 있나 쳐다 봅니다. ㅋ)

마른 오징어 볶음... ㅋㅋ... 그리고 보니 징겅 한것이 껌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 ㅋㅋ...

현실장이 박군 : 껌 아니야.. 이게 왜 껌이냐?

정양, 백양 : 껌이야..

몇번을 오가던 대화에 밀린 박군...원장을 끼워 줍니다. .

" 이거 껌 아니죠~~~~ " ..

"응 .. 껌 아니야.. 오징어야"

바로 똘똘이 정양 반격 하십니다. 이럴 땐 원장도 밀립니다. ㅋㅋ

"오징어는 다리랑 동글랗고 붙는게 있는데요... ?.. " (다리와 빨판을 말하나 봅니다. 아무리 봐도  오징어채에는 그런게 보일리가 없죠? ㅋ... 원장도 무시하는 눈치입니다. ㅋㅋ.. )

" 마른 오징어 잘게 썰어서... " (굳이 설명하고 있는 제가 우습지만.. 이 논쟁에 전 별로 힘이 없었습니다. ㅎㅎ)

두 아가씨들은 여전이 껌이라고 하고... 답답한 박군 목소리만 "오징어야~ 라며 높아 집니다.

그런데 옆에있던 해결사.. (신입생이라 이름을 몰라.. 물어 봤더니..윤재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 놔둬.. 괜찮아.. 상상속에 껌이야... 진짜가 아니라고.. 애내들은 상상하며 먹는거야"

곧 학교갈 형님 같은 해결솜씨에 "와우!!" ... 감격과 감동...

아이들은 상상 식사는 계속 되었고. ㅎㅎㅎ...

저는 오징어를 여러번 날라야만 했습니다. ㅋㅋㅋ.

Comment

윤재맘 18-03-15 06:06
원장선생님..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읽어 내려가다가 제 아들이름이 나와서  깜짝^^  전 김윤재 엄마입니다..(목련반에 두명의 윤재)
어떤 윤재일지 모르겠지만, 진짜 제법 형님스러운 멘트네요..제 아들이 저런말 했을거라고는 상상이안가지만요.^^.
원장 18-03-15 11:34
ㅎㅎㅎ.. 반갑습니다. 그 아들이 저런말을 한거 맞습니다. ㅋㅋ...
저도 듣고 깜짝 놀랐지요.. ㅎㅎ...
평소에도 너무나 의젓하던걸요... ^^
정시아맘 18-03-17 23:07
와~ 새친구 윤재 진짜 의젓하네요^^ 똘똘이 정양은 써주신 대사를 보아하니 제 딸인듯 해요...ㅋ 원장님 말씀대로 인지발달을 돕기 위해 열심히 격려해주고 함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원장 18-03-20 09:53
ㅎㅎ... 엄마들이 족집게인데요.. ㅋㅋ...
시아랑 함께 놀면 재미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