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
  • 23-08-23 13:44
  • 5,744

비오는 날의 병아리들



아.. 너무 귀엽죠? 
혼자 보기 아까워 얼른 올려 봅니다. ㅋㅋㅋ

어제 숲나들이를 준비했던 진달래는 10시에 떨어지는 빗줄기로 포기.. 
오늘도 비소식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개나리는 일단 10시에 ... 버스 타는 그 순간에 비가 안온다는 이유로 ^^ 길을 나섭니다. ㅋ
불안한 원장은.. 선생님 붙잡고.. "비가 떨어지면 돌아 오세요... 아이들 실망 하지 않게.. 드라이브까지만 하고 와요~~" 라고 이야기 했지만.. 천진한 개나리는 그저 나들이가 신나는지... 버스를 출발 시킵니다. ㅎㅎㅎ

역시나 하늘을 보며.. 곧 돌아 올꺼야.. 이제 곧 오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난데 없이 저런 사진이 날아 옵니다. ㅋㅋㅋ
준비성 많으신 숲체험 선생님은 우비를 준비하시고 기다리셨다네요.. ㅎㅎ
단단히 우비 입고.. 비를 맞으며 숲길을 걷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 지는 것 같은데... 길을 나선 아이들의 비장함이 느껴져.. 혼자 웃습니다.
1학기 보다는 키도 크고.. 다리의 힘도 길렀으니... 믿고 기다려 봅니다. ㅎㅎ.. 
사실 비를 맞으며 걷는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도 의미가 있기에.. 오늘 개나리는 분명 한뼘 자랐을 것입니다. 

돌아온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자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 더욱 빛나 보입니다. 
"너무 재밌었다며.. "... 밥도 잘 먹는 개나리... ㅎㅎ
집에 가서도 대견함 많이 칭찬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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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생각 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전 문용린 교수님의 '행복'에 대한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본인은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어른이 되서도 비가 오면 우산들고 비구경을 다닌다고.. ㅎㅎ
부인도 비가 오는 날은 남편에게 우산을 쥐어 주며 나갔다 오라고 할 정도로 비가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된 이유는 아주 어릴 때 부터 비가 오면..
부모님이 .. "시원해서 좋다",  "개운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듣기도 하고
어머님이 부쳐주시는 부침개를 나눠 먹던 기억들 때문인것 같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비에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되고... 비가 오면 어릴 때 분위기도 생각 나고.. 또 비가 좋아지고..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자꾸 하니.. 비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지더랍니다. 

그러면서.. 
비는 모두 동일하게 내리는데... 누구에게는 차갑고, 지저분하고, 기분 나쁜 경험이고..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경험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동일한 현상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따로 답을 안해도 우리 부모님도 모두 느끼시겠죠? 
자라면서 만나는 여러가지 경험 속에... 긍정적인 정서.. 즐거운 기분... 격려와 사랑의 분위기.... 
이런것들이 쌓여.. 우리 아이들이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오늘 개나리는 
빗길을 걸으며.... 온몸이 젖는 불쾌감 보다는 ... 
떨어지는 빗방울, 물이 흐르는 느낌,  첨벙대는 발소리, 함께하는 즐거움.. 선생님들의 격려... 
해냈다는 성취감 등으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 됩니다. 
 

Comment

Bydaily 23-08-23 23:45
원장님❤️ 선생님들께 ”비가떨어지면 돌아오세요“ 하시는 모습 .. 원장님을 반년 뵈었기에 이젠 영상지원 됩니다! 저 사진이 도착했을 때에도 원장님은 웃고 계셨을 것 같아요… 저도 원장님과 선생님들 벤치마킹하며 얘들 키울래요..❤️

그리고 제가 빗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는 한번도 비를 못 맞춰줘서 도준이가 얼마전에 비 좀맞자고!! 했었어요 그런데 오늘 도헌이가 비 맞고 갔다고 말하니 도준이는 “너 좋았겠다” 라며..  도헌이는 “응.. 형아 근데 우리 쫌 병아리 같았다?” 이러는거여요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오는날 병아리들이 선생님들따라 걷다 산에서 청솔모를 만났나봐요❤️ 진짜 좋은 체험, 친구들과 비 맞으며 병아리 되어 선생님 따르던 추억.. 도헌이 기억엔 자리잡을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분명 커서 비가 오면,, 노란 우비입은 아이들을 보면, 일 하다 우연히 보는 창밖으로 오늘의 풍경이 겹쳐지면 성인 김도헌은 오늘을 추억 할 것 같아요 ㅠㅠㅠ 저 감동이어요 ㅠㅠ 선생님들 우비도 있으셨겠지요????

아.. 도헌이가 다람쥐 선생님이 있었는데 첨 보는 사람이었는데 진짜 다람쥐인지 진짜 청솔모를 봤다는 말에 이건 무슨말인가 했었어요 그런데 숲 체험 선생님이 다람쥐 선생님 이셨데요 ㅎㅎ
원장 23-08-24 14:33
저도 도헌이가 조그만 입으로 말하는게 영상지원 되는 것 같습니다. ^^
마냥 아기 같았던 도헌이가 느낌을 이야기 하고, 경험을 나누는 모습이 떠올라 미소짓게 되네요..

어제일은 선생님들도 너무 즐겁게 경험한 하루였다는데..
여러 학부모님들의 격려의 글과 편지가 오늘 배송 되면서..
(손편지도 받으셨다고 자랑하셨습니다. ㅎㅎㅎ.. )
개나리 선생님들의 사기가 엄청 진작 되었습니다. ㅋㅋㅋ

아이들은 이렇게 함께 키우는거 맞습니다.
선생님들의 열정과, 학부모님들의 격려에 덕수유치원 교육이 더욱 풍성해 감에 감사 드립니다. ^^
류하엄마 23-08-25 00:01
제가 가끔 류하와 우비 챙겨 입고 비오는날 산책을 하는데요,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덕수유치원의 철학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에 희열을 느낍니다.
몇달 전 류하와 스웨덴 다녀왔을때 스웨덴 아이들이 비가 오는데에도 공원과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노는 걸 봤어요. 옷이 다 젖어도 행복하게 웃고 그 누구도 제지 없이 부모도 함께 그 비를 즐기더라고요. 우산을 쓴 건 류하가족밖에 없었답니다. ㅎㅎ
많은 부모님들이 북유럽 교육, 육아를 지향하는데 덕수유치원이 지향하는 철학이 가까이에 있어 굳이 북유럽까지 찾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
덕수 아이들은 꼭 햇빛 쨍한 날 만이 좋은 날씨가 아니라 비 오는 날도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인 걸 알아가니 참 행복한 어린이들이네요.
원장 23-08-25 11:19
아침에 제 글을 보고 눈물이 나셨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저도 고백해요.. ㅎㅎ
어머님들의 글을 보며 저도 매일 눈물을 찍는 답니다. ^^!
어쩜 그렇게 감동의 말씀을 주시는지.. ㅎㅎ...
유치원이 혼자 서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 .. 여러분들의 지지와 격려에 힘을 얻고 있어요...
Bydaily 23-08-26 23:20
ㅠㅠ 원장님…

제게 주신 댓글의 ”아이들은 이렇게 함께 키우는 겁니다“ 라는 말씀에 저 울컥했습니다.. 이렇게 든든하게 말해주시는 어른이 또 어디 계실까요.. ❤️ 옛날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했지요..

도준 5살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이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를 사회에 발 디디게 하려는 것에 제가 두려웠습니다.. 도헌이는 훨씬 빠른 3살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 힘들어 이른 나이의 아이를 선생님들께 미뤄도 되려나..‘ 싶었습니다. 
사실 주말에도 늘 독박육아였던 저는 친정으로 도망가고 싶지만 연세많으신 친정 엄마께 부담될까봐 정말 홀로 키웠거든요 ㅠㅠ아이는 내 몫으로 키워야지, 내 사랑 나의 아이를 보는게 나 조차 스트레스인데 이걸 다른 사람과 같이하자는건 안일한 자신을 위한 욕심이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이유들과 코로나의 확산으로 다시금 가정보육을하고 첫째  6살 처음이다싶게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도준이는 잘 해냈지만, 도헌이는 여전히 적응을 못해서 저 스스로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 적은건가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 놀어줘야겠구나 했었어요…

그런데 덕수에 다니며 한달 전 느낀 것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도준이를 낳고 도헌이를 낳고 처음으로 ’이제 나는 집 안에서만 도준 도헌이를 키워도 되겠구나!!‘ 였습니다. 선생님들께선 정말이지 제가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셨고, 우리 아이들은 저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워가는게 느껴져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덕수 찬양론같지요. 분명 다른 기관에서 아이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늘고 제가 원하는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제 스스로 놀아주던 육아법은 뒷전에 살며시 밀어놓고 선행만 하게 되더라구요!! 다른 곳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치면 덕수에서는 하드웨어의 뿌리를 잡아주는 느낌입니다. 아이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며 뿌리를 잡더라구요.

정말정말정말 저는.. 여기 저기 다 돌아다니며 사정하여 덕수유치원 지원한거였거든요….. 붙었을 때에도 환호를 했으며… 다니고보니.. 원장님과 원감님과 선생님들과 조리장님은 또 왜 이렇게 진심을 다해주시며 훌륭하신지…. 정말 덕수 유치원 어벤져스입니다.. 

원장님 “아이들은 이렇게 함께 키우는 겁니다” 한마디에 또 감동 받아 행복하게 남깁니다..❤️

덕수 유치원 온통 애열합니다…❤️
원장 23-08-28 09:59
옴마야~~... 한주를 시작하는 아침 부터.. 이렇게 힘을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글귀 한줄 한줄이 작가의 글같아  감동의 여운이 깊게 남습니다.. ㅎㅎ

도헌, 도준 어머님의 고민은 우리 모든 엄마들이 똑같이 느끼는 어려움인것 같습니다.
분명 자녀은 사랑이고 기쁨인데... 안타깝게도  늘상 같은 마음으로 임하기는 어렵습니다.
손주 사랑이 극진한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주를 보면 너무 이쁘고 좋은데.. 힘든건 어쩔수 없어
"오는 것도 반갑고.. 가는 것도 반갑더라... " 하시더라구요.. ^^

갓난 아기 키우면서.. 젖만 떼도 좋겠다... 혼자 걷기만 해도 다행인것 같다.... 기저귀만 떼도 좋겠네.. 라는 마음 순간 순간 갖지만..
젖떼면.. 다음 먹을걸 고민하며 준비해야 하고
걸음마 떼는 순간...  여기저기 다치는 걸 고민 하고
기저귀 가방은 가벼워 졌는데.. 또다른 짐들이 쌓이죠.. ㅎㅎㅎ

육아,, 양육의 고뇌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스무살 넘으면 없을것 같죠? .. 부모 마음은 그 때도 똑같답니다. ㅋㅋㅋ)
다만.. 우리는 비오는 날을 날궂이로 보지 않고 즐기듯 육아의 어려움도 즐기는 마음이 필요할 뿐인것 같습니다.
저는 둘째가 자라는걸 보면서 매일매일이 아깝다고 느끼기도 하고 가끔 셋째 못낳은게 아주 아쉬을 때가 있거든요...
지나 보면.. 이시기의 육아 시간 역시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ㅎㅎㅎ

모든 어머님들 ... 파이팅 입니다. ^^